추잡스럽고 찝찝하게 터지는 유머와 공포장치로 무장한 영화들이 있다. 예컨대 이블데드 같은 영화들 말이다. 출세작 이블데드 시리즈 이후 뜬금없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올인한 샘레이미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그런 샘레이미가 '드래그 미 투 헬'로 돌아왔다. 싸구려 티나는 연출과 조잡한 장치들을 이용해 호러의 본질에 충실하게 말이다.

Drag Me to Hell

디 아더스나 장화홍련류로 대표되는, 비교적 최신 호러작품들은 지나치게 세련미를 과시한 경향이 있었다. 미적지근한 반전이나 스트링을 과다 사용한 OST, 혹은 국적 불명의 모던한 미장센으로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섭다는 느낌을 반감시키는 결과들을 초래했다. 반대로 슬래셔 무비들은 과도한 피튀김을 이용해 역으로 관객들의 심장을 강하게만 키워줬다. 말미암아 변변치 않은 호러씬은 초토화 상태로 치닫았고 지옥으로 끌고 갈만큼 제대로된 호러영화들을, 그것도 극장에서 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샘 레이미는 '드래그 미 투 헬'을 통해 관객들은 지옥끝까지 끌고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drag me to hell

이 할머니, 아주 끝까지 징글징글하게 크리스틴을 괴롭힌다.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할머니 한명 잘못 만난 크리스틴이 3일만에 지옥으로 끌려가는 저주에 걸린다. 그 3일 동안 라미아 라는 지옥의 악마가 크리스틴을 존나게 괴롭힌다. 아주 치가 떨릴만큼, 사람 폐인만들기 딱 좋을정도로 괴롭힌다. 저주를 건 할머니도 끊임없이 크리스틴을 괴롭힌다. 환각이나 꿈자리에서 말이다.

아주 대놓고 80년대 B급 호러 감성을 느껴주게 한다. 스토리는 황당할 정도로 초자연적이고 실체도 불분명하다. 영화의 제목이 박히는 타이틀 장면은, 호러적 발기를 일으키게 한다. 아주 대놓고 깜짝깜짝 놀라게 만들고 눈과 귀를 불편하게 만든다. 악마는 그냥 사악하다. 사악해서 인간을 괴롭히고 그것을 즐긴다. 귀가 찢어질만큼 불편한 사운드로 등장했다가 다시금 사라진다. 정말 사악하다.

영화의 사운드도 임자를 만난듯 하다. 다른 영화라면 스피커가 찢어지거나 튜닝이 잘못된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아주 지멋대로 날뛴다. 찝찝하고 축축한 음역대로 공포를 더해나간다. 잠시동안의 적막뒤 터져나오는 굉음도 호러의 클래식이지만 여전히 효과적이다. 보는이에게 적당한 웃음거리를 선사한뒤 또 다시 놀래키는, 대놓고 관객의 비명을 쏟아내게 만드는 사운드가 일품이다. 순간순간 터져나오는 관객석의 웃음소리는 순식간에 비명소리로 뒤바뀐다. 극장 전체를 뒤흔드는 굉음은, 정말 관객에게 악마가 찾아오는듯 무섭게 조여온다.

B급 호러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B급 호러다. 이런 유치, 조잡, 공포를 재수없는 느낌으로 한 데 묶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건 정말 오랜만이다. 악마는 주인공 크리스틴을 지옥으로 끌고 가려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을 호러의 천국으로 끌고 가고 있다. 적당하게 놀랍지 않다. 안전띠가 풀린 롤러코스터를 타듯 굴곡이 심한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단순한 플롯위에 샘 레이미는 자신있는 호러 이펙트들을 놓고 신나게 각본을 써나갔다. 그것은 굉장히 효과적이고 추억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새롭기도 하다. 전형은 진부하지만 호러에서는 예외로 두자. 영화 드래그 미 투 헬은 샘 레이미의 이블데드 이후 마스터피스로 불리울만큼 제대로 만든 B급 호러이다. 그런 영화를 지금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나는, 마치 핏물이 강을 이루고 뼈다귀로 언덕을 이루는 호러의 천국에 온 기분이다.

drag me to hell
저작자 표시

Trackbas address :: http://www.level18.net/trackback/82 관련글 쓰기

  1. Tracked from 영화리뷰전문 무비조이 at 2009/06/15 17:14  삭제

    Subject: ‘드래그 미 투 헬’, 호러의 진수를 보여주다!

    <스파이더 맨> 시리즈로만 샘 레이미 감독을 기억하는 영화팬들이라면 <드래그 미 투 헬>은 상당히 낯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작품성 있는 액션블록버스터를 연출했던 감독이 어느 날 느닷없이 공포호러 영화를 들고 관객들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샘 레이미 감독은 80년대와 90년대 북미 컬트영화계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었다. 그리고 그의 가장 큰 장기는...

  2. Tracked from the Real Folk Blues at 2009/06/15 17:46  삭제

    Subject: 드래그 미 투 헬 _ 클래식한 B급 호러 무비의 그야말로 재미

    드래그 미 투 헬 (DRAG ME TO HELL) 클래식한 B급 호러 무비의 그야말로 재미 비슷한 부류의 경쟁상대가 없다는 것은 그 것만으로도 충분히 끌리는 이유가 되곤 하는데, 최근 개봉한 작품들 가운데도 장르적으로보나 스타일로 보나 확연히 눈에 띄는 작품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 영화 <드래그 미 투 헬>이었다. 이 영화에 맨 처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꼽으라면 역시 첫 째도 샘 레이미요, 둘 째도 샘 레이미 일 것이다. 호러 영화에 별로 관심.....

  3. Tracked from 배트맨이 들려주는 이야기. 레이첼도, 알프레드도 없... at 2009/06/16 21:34  삭제

    Subject: 드래그 미 투 헬 (Drag Me to Hell)

    호러 장르를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nbsp;바로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다시 호러 장르로 금의환향 한 것을 두 팔 벌려서&nbsp;환영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실 것 같습니다. 2000년에 발표한 &lt;기프트&gt; 이후 9년만에 호러 장르로 돌아온 셈이네요. 그 사이에 발표한 몇 편의&nbsp;호러 작품들은 연출이 아닌, 제작에만 참여를 했었으니까요.그동안 국내의 수입/배급사들은......

  4. Tracked from 바람구두를 신다 at 2009/06/17 11:21  삭제

    Subject: 공포영화와 아이스크림은 겨울에 즐겨야 제 맛

    사실 공포물은 쌀쌀한 날 접해야 제 맛이다. 서늘한 날 보는 스릴러야말로 세포 하나하나를 조여오는 싸늘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왠만한 공포영화는 팝콘이나 씹으며 멀뚱멀뚱 보는 간 벽 두꺼운 타입이지만 되새길수록 맛있는 스릴러는 분명히 있다. 살점 튀기고 비명소리 난무하는 고어물이나 시시각각 심장을 짓누르는 심리물, 치밀한 법정스릴러나 슬프고 기묘한 이야기들, 귀신들린 집이나 무차별 살인마가 등장하는 것 등 스릴러, 공포물에는 여러 종류.....

  5. Tracked from BlogMania at 2009/06/17 19:20  삭제

    Subject: 드래그 미 투 헬- 잘 만든 B급 무비,블록버스터 안 부럽다

    <2009년 영화 리뷰16> 당첨 이벤트명: 파란 블로그 놀이터 이벤트(예스24 드래그 미 투 헬 예매권) 원제: Drag me to Hell 장르: 공포, 환타지 러닝타임: 99분 관람 장소: 신촌 메가박스 영화 평점: 영화 몰입도: ※ 영화 평점 및 기타 그 외의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임을 양해바랍니다. B급 환타지 공포 영화 필자는 공포 영화광인데, B급 공포영화 장르를 특히나 좋아한다. B급 영화란, 저예산의 영화로 한물간 배우나 신인들을.....

  6. Tracked from Hard-boiled Wonderland at 2009/06/19 08:49  삭제

    Subject: 드래그 미 투 헬 : (진짜) 샘 레이미의 귀환

    드래그 미 투 헬 감독 샘 레이미 (2009 / 미국) 출연 저스틴 롱, 알리슨 로만, 로나 레이버, 데이비드 페이머 상세보기 21세기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영화들 중 하나(아니 6개-_-)였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 두 시리즈는 큰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스파이더맨의 샘 레이미와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 두 사람 모두 B급 공포영화로 이름을 널리 알렸던 감독이라는거죠.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하기도.....

  1. Commented by BlogIcon 아쉬타카 at 2009/06/15 17:47

    정말 이런 영환 언제든지 환영이에요!

    '물이 강을 이루고 뼈다귀로 언덕을 이루는 호러의 천국에 온 기분이다.'

    강렬한 느낌이로군요! ^^;

    • Commented by BlogIcon 윤기완 at 2009/06/15 18:04

      이런 영화는 정말 하루종일 봐도 질리지 않는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랑 또 보러갑니다~ ㅎㅎ

  2. Commented by BlogIcon Forgettable at 2009/06/16 10:03

    안녕하세요~ 먼댓글 따라 왔습니다-
    참 신기한게 어제 여기 이 글 보러 왔었거든요^^ 그래서 재밌게 읽고 갔는데 먼댓글이 달려있어서 놀랐습니다 ㅎㅎ

    아 지옥으로 끌고가고 싶은 인간이 오늘 아침에 하나 생겨서.. 착잡한 아침이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3. Commented by BlogIcon Hinablossom at 2009/06/16 23:02

    트랙백따라왔어요~ B급호러 좋아하신다면 '플래닛테러'도 추천!ㅎㅎ

  4. Commented by BlogIcon Demian at 2009/06/17 11:21

    우연히 트랙백 따라왔는데 너무 잘 읽고 갑니다+_+
    글솜씨 정말 맛깔나시네요. 제 취향이심.ㅋㅋㅋ
    사실 드래그미투헬, 포스터만 보고 뭥미..했는데(묘하게 B급 냄새가 나잖아요? 불타는 미녀와 너무 노골적으로 널 데려가겠어~하는 악마의 손, 포스터 전체가 이건 공포영화요~하고 있지만 미녀의 표정에서 뭔가 코믹함까지 읽어냈다면 이상할까요?ㅎㅎ)

    여튼! B급 호러무비에 열광하는 저로써 글쓴님의 포스팅이 이 영화를 보도록 결정지어 주셨네요.ㅎㅎ 고맙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영화지만 공포영화 관련 포스팅 있어 살짝 트랙백 걸고 갑니다^^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Commented by BlogIcon 윤기완 at 2009/06/17 16:32

      칭찬해주시니 부끄럽네요. 트랙백 감사합니다ㅎㅎ 트랙백 걸어주신글 보러 가야겠네요.

  5. Commented by BlogIcon awful at 2009/06/19 08:49

    전 파리 CG가 좀 더 어설펐으면 하는...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쓸데 없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Commented by BlogIcon 윤기완 at 2009/06/19 18:02

      파리가 너무 진짜 같긴 하더라구요 ㅎㅎ 크리스틴 몸속으로 들어가서도 뭔가 황당한일을 해주길 바랫는데 ㅎㅎ

  6. Commented by unico at 2009/06/26 13:37

    윤기완 is BACK!
    ㅋㅋㅋㅋㅋ

    트랜스포머 빨리 까주세요